영화라는 건, 일반적으로는 서사구조를 가진 동영상을 뜻한다. 대부분의 사람이 그 단어를 마주하면 'E.T' 나 '괴물', '노트북' 과 같은 서사영화를 떠올린다. 그리고 그걸 보고 나서 재밌었냐 아니냐를 무지하게 따진다. '씨발 그딴 거 필요없어. 영화로 뭔가 보여주겠어!' 라고 말하는 놈조차 재미를 추구하는 건 매한가지 아닌가. '뭔가' 라고 뭉뚱그려 말하면 뭔가 있어보일 것 같지만 그 '무언가' 에 대해 누구나 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뭔가' 는 재미일 수 밖에 없다. 유희. 선생이 학생들에게 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이 적절한 반응을 보여주면 힘을 얻고 더 많은 걸 알려주듯이, 영화도 같은 것이다. 결국은 자신의 만족을 위해 제작하는 것이 영화다. 하지만 다른 것에 비해 좀 더 사기의 성향이 강한 것도 사실이다. 지식이란 건 대개는 불변이지만 영화는 아예 과정 자체가 실은 '무형' 이기 때문이다. 결과 이전까지는 없는 것을 가지고 사기를 치는 것이나 진배없다. 하지만 이 과정 자체에도 우리는 희열을 느낀다. 그래서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모두 성공적인 결과를 창출해내는 것은 아니다. 자빠지고 물 먹고 엿 먹고 좌절하고 울고 난리도 아니다. 나는 이것을 경계한다. 난 기왕에 장난을 할 거라면 성공적으로, 그리고 위대하게 장난을 치고 싶다. 그래서 난 좀 더 성장해야 한다. 갓난아기의 상태로는 어리광 밖에 부릴 수 없다.
성장하지 못한 미숙아 상태가 아닌 어느 정도 성장한 상태로 장난을 치는 그 날을 위해 난 오늘도 이 미쳐머릴 듯한 마라톤 코스의 출발점을 서성인다. 아니 벌써 출발했다. 하지만 아직 운동장도 못 벗어났다. 진짜 마라톤 코스는 저 밖에서 나의 인내심을 시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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