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5회 한양영화제가 지난 2009년 2월 28일 막을 내렸다.
이틀 간 조촐하게 학교 시사실에서 개최된 영화제. 미국발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는 여기에도 몰아닥쳤다(....라는 신지훈 前 학생회장 曰).
현재 휴학중인 나에겐 거리감이 느껴지는 자리이긴 하다마는, 정작 찾아가보니 동기들도 많고, 가까운 선배와 후배가 오랜만에 등장했지.
조촐하다고 말은 했지만, 구색은 다 맞췄다. 귀엽게. 포토월에, 레드 카펫. 그리고 시사실 앞 흰벽을 메운 데코레이션. ㅎㅎ
아. 사진이 길었다. 사진은 여기서 끝이다. 더이상 초상권은 침해하지 않고 싶어서.
총 14편의 단편영화가 영화제 본선에 올랐다. 그 중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어 소개한다. DVD는 나에게서 빌려도 좋지만,
빌려주고 싶지 않으므로 사라. 우리 학교 어렵다. 문의는 한양대학교 예술학부 영화과 기자재실(02-2220-1826).
소개하고 싶은 작품은 신지훈 감독의 '30:00:00(RUN:RUN:PIZZABOY)'와 조방현 감독의 'Get Out', 이정아 감독의 '남의 속도 모르고'
그리고 이지환 감독의 '우리 형이 달라졌어요'.
먼저 '30:00:00' 은 30분 내에 배달을 해야 하는 배달의 기수에 대한 찬가다. 난 나중에 등장한 좀비들로 인해 장르가 헷갈렸지만,
GV 시간에 감독에게 직접, '배달하는 사람 같이 작은 일에 자부심을 갖는 자들을 존경한다..' 라고 답을 듣고 정리가 됐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어떤 것보다도 '정석적인 영화' 였다고 보는데, 부감과 앙각, 노멀 앵글의 사용 연유가 적확했기 때문이다.
가끔 학생단편을 보다보면 전혀 의미를 알 수 없는 앵글 레벨이 보이는데, 물론 요즘 사실적 묘사가 주류라고는 하지만, 20세기 초의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작법은 허투루 만든게 아니란 것이지. 그렇게 찍으면 그렇게 느껴져! 잘 알아두란 말이야!
뭐 앵글도 앵글이지만, 작법 역시 기승전결에 충실했다. 주인공의 등장, 설명, 사건 발생, 사건 진행, 위기, 지연, 결말. 모든 것이 퍼즐 같은 느낌이 들어 아주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반죽을 하다가 슝슝 날아가는 견습생들, '그는 가슴으로, 배달한다.' 라고 선언하는 쉐프, 그리고 훈장을 주렁주렁 달고 다니는 배달원.
거의 목숨을 걸고 배달을 하는 그들의 모습이 상당히 '저세상적으로' 다가오는 영화.
조방현 감독의 'Get Out' 은 박카스 같은 영화다. 영상전공자들이 흔히 겪는 '편집 알바'를 하다가 방문한 친구들과 꾸미는 작당모의. 시작부터 거의 '개인에게 국한되어 보이는' 이야기를 하는 듯 하지만, 사실 우리가 사는 지금 우리 세대의 모습이 쏙 들어가 있다.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상상 속 납치와 젊은이들의 껄렁함을 거의 일관된 시선으로 보여주는데, 달리 힘들이지 않고 리듬감만으로 이야기를 나열한다. 가볍고 코믹하다. 게다가 영화제에서는 인기상이었다. 부상은 영화제 디븨디 다섯장이긴 했지만.
감독의 전작들 중 대부분은 본 것으로 기억하는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건, 물론 찍을 때는 힘들었겠지만, 많이 힘들이지 않는 이야기를 힘들이지 않고 즐길 수 있게 해주는 솜씨가 있다. 물론 이번 작은 약간 '개인적인' 결과물로 보이지만.
'남의 속도 모르고'는 필자의 동기가 만든 영화인데, 졸업작품이다(난 아직이다). 촬영만을 해 오던 인물인지라 꽤 기대를 했다.
달동네, 홀아비 아래 사는 평범한 외모의 처녀와 새로 이사온 '헤퍼보이는(주인공의 말에 따르면)' 여자 사이에서 벌어지는 해프닝들.
한 여름이라는 배경처럼 시원시원하고 사실적인 시선이 주인공에게 매료되도록 만든다. 흔히 우리가 사는 '도시' 가 아닌 같은 도시인데도 왠지 섬처럼 느껴지는 동네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속에서 연금술이 느껴진 건 나뿐인가? 하하. 상영 후에 감독과 여배우들의 '가슴노출'에 관해 얘기할 때도, 그것이 퇴폐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분명히 이 영화 안에 사람이 들어가있었기 때문이었다.
이지환 감독은 '우리 형이 달라졌어요'를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는지, 그 사유의 결과물은 영화에 나와있지 않지만, 분명한 건 이 친구는 물건이라는 거다! 일본 개그만화를 떠오르게 하는 캐릭터들은 매니악한 나의 취향에 딱 들어맞았다. 그리고 아주 간단한 트릭을 이용한 영상마술은 깜찍했다.
나머지 작품들이 10편이나 있지만, 그 10편을 다 씨부리려면 내 머리도, 손가락도 힘들다. 나머지는 학과 사무실을 통해 디븨디를 구매하여 볼 수 있으면 좋겠다(사실 안 사도 될 것 같지만... 문의나 해보시길....한양대학교 예술학부 영화과 기자재실:02-2220-1826).
지난 4회에 걸친 영화제들에 비해 초라하기 그지 없지만 여전히 '실망스럽지는 않은' 수준이어 다행이지만, 요즘 영화과 비전 없다고 우울해하는 사람들도 많고, 실제로 영화판은 우울하다. 그래도 영화라는 거, 학교 다닐 때 아니면 언제 찍어보나라는 심정으로 폐부를 헤집듯이 좀 찍어주었으면 하는 바램도 있다. 졸업하고의 일은 내 알 바가 아니지만, 우리 과 사람들 좀 더 영화에 애정을 지녀주었으면.
'일종의정신병'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헌재, 미디어법 대리투표 유효 결정... 헌재 판사들, 다 ㅄ? (0) | 2009/10/29 |
|---|---|
| 숏버스의 상영 소식을 반기며. (1) | 2009/03/30 |
| 제 5회 한양영화제 리뷰 (0) | 2009/03/03 |
| 미네르바, 박쥐, 중요사안 (0) | 2009/01/13 |
| 성공적이고 위대한 장난을 위해 (0) | 2008/10/28 |
| 갈피 못 잡는 정부. 자유주의와 작은정부, 그리고 사이버 모욕죄 (1) | 2008/10/07 |
TAG 30:00:00,
get out,
남의 속도 모르고,
신지훈,
우리 형이 달라졌어요,
이정아,
이지환,
제5회 한양영화제,
조방현,
한양대 연영과,
한양대 영화과,
한양대학교,
한양대학교 연극영화학과,
한양영화제,
한양영화제 DVD



이올린에 북마크하기
이올린에 추천하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