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매우 들어 노환이 찾아오면서,
사람은 감각신경계에서 시각이 가장 먼저 후퇴한다더라.
그와 동시에 환시가 찾아오게 된다더군.
그리고 기억력이 감퇴되어 누가 누군지 못 알아보는 건
꼭 치매만의 증상은 아니라더군.
외할아버지는 아마 지금 당신의 두뇌 안-감각신경계와 기억중추의 뉴런들이 서로 뒤엉켜 있는 혼돈을 헤매고 계시겠지.
그 불굴의 정신력으로 지금도 자신의 삶의 감각을 느끼고 싶어
자꾸 무언가에 손을 뻗고 만지고 움켜쥐고 계시겠지.
내가 좋아하는 시구 중에 '내 생의 감각을 흔들어주었다'가 떠오른다. 지금 할아버지의 그 흔들리는 생의 감각을 붙들고 싶다.
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고작 손을 잡고 몸을 움직여드리는 것 뿐. 그나마도 잠시에 불과하다. 참으로, 인간은 나약하다.
"천국에 가셔야지요, 아버지."
"그 노무 걸 무에 쓴다고."
"엄마랑, 할머니랑, 누나랑, 딸이랑 다 만나야죠."
"...."
할아버지의 눈이 흔들렸다. 분명히 보았다.
가슴이 아려온다. 어제는 젊을 적 사주를 봐주던 일을 스스로 재현하시며 마치 그 때로 가신 것 마냥 웃으시더란다. 나와 낙규형과 낙균이형은 누군지 잘 알아보질 못 하셨다. 간혹 알아는 보셔서 다행이었다.
90년을 살아오셨다. 생에 미련이 있으시리라 생각지 않았다. 과연 말씀은,
"까짓거, 죽으면 되는 걸."
하지만 자꾸 움직이는 손은 그 입을 부정했다. 누구나 생에 대한 미련은, 마찬가지다. 초월자가 아닌 이상은, 다 똑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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